작성일 : 13-01-29 16:26
1월 31일 독립생활자모임 공지 - 독립생활자에게 동네란?
 글쓴이 : 혜숙
조회 : 2,682  

독립생활자에게 동네(마을)이란?
- 동네 노는 언니를 지향하기는 하지만,

 

안녕하세요. 저는 서교동에 살고 있는 주민 ‘혜숙’이라고 합니다. 이 근방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대안교육공간에서 10년 가까이 길잡이교사로 일하다가 3년 전부터 주삼일제의 반상근 직장으로 옮기고, 도시 속 마을 회관이고 싶다는 민중의집에서 독립생활자 모임을 띄엄띄엄이기는 하지만 한결같이 해오고 있습니다.

10년 가까이 지역 단체에서 일 해온 덕분에 이 지역 활동가들을 제법 알고 있고, 주거도 이 근방에서 8년 정도 살아오다보니 이제는 스스로 이곳을 ‘나의 동네’라고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고, 길가다 마주치거나 인사하는 사람도 꽤 있는 편이라 ‘이만하면 썩 동네 사람답지 않은가’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.

하지만, 새로운 직장은 일의 맥락에서는 전의 일과 닿아있지만 다른 동네에 위치하고있고, 전국사업을 하고 있어서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할 때와는 다르게 동네 사람들과 ‘일’로 엮일 일도 적고, 따라서 삶으로 엮일 일도 적어졌습니다. 제가 10년간 이 동네에서 일할 때는 ‘일이 곧 삶’이었던 생활을 했었지만, 지금 하고 있는 일은 ‘저녁도 있고, 아침도 있고, 때로는 하루 종일도 있는 삶’이어서 이제는 동네 사람들과 새로운 맥락에서 관계 맺고 생활해가는 법을 터득해야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.

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지고, 동네주민으로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참여하거나 소비하는 입장으로만 지내다보니 ‘나는 뭐하는 사람인가? 이대로도 좋은 걸까?’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이 물어보게 되는 상황들이 많아졌지요. ‘가진 자의 여유’라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, 뭐 누구나의 삶의 여정에서든 한번씩 ‘나는 누구인가?’ 묻게 되는 변화와 굴곡들이 있기 마련이죠.

다시 ‘일이 곧 삶’이었던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고, 동네에서 적당히 잘 놀고 관계 맺고 싶은데, 눈에 보이지는 않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것을 지난 2년간의 경험 속에서 알아차리게 됐습니다. 강신주선생님의 강의에서도 들은 바 있는 ‘차이와 구분’이 화두로 다가왔지요. 세세하고 자잘하게 차이를 인식하고 변별할 수 있는 도시인의 삶, 저 역시 뼛속까지 도시인으로 살아왔고, 차이의 인식과 변별이 민감함보다는 섬세함으로 작용할 때 썩 멋스럽다고도 생각해왔기 때문에, 기본적으로 차이를 인식하는 촉이 발달해있는 편입니다. 지금의 저를 만들어온 꽤 유용한 감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

지난 2년간의 경험과 고민을 간단하게 말해보자면, 소속 커뮤니티가 없는 상황에서 ‘차이와 구분’이 ‘배제’로 작용하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도시인의 삶을 좀 더 민감하게 실감하고 경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. 그것은 전에는 전혀 인식할 필요가 없었던 세계였으나, 항상 존재하고 있었으며, 게다가 꽤나 복잡한 긴장감이 흐르는 세계였습니다. 자신을 새로이 포지셔닝해야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겪기 마련인 그 긴장감에 ‘차이인식과 구분’의 미묘한 역학들이 작용하고 있고, 저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. 그러면서 자신의 ‘차이와 구분-누군가와 맞고 안 맞고를 판단하고, 어딘가에 들어갔다 나올 때의 판단’의 기제에 대해서도 좀 더 돌아보게 되었죠.

사실 배제 당한 일도 없고, 애써서 끼고 싶었던 커뮤니티도 없으며, 범 인류애를 발휘하며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지도, ‘나만이 특별하다’ 독불장군으로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. ‘그 사이 어딘가, 적당하게’, ‘띄엄띄엄이라도 한결같이’ 뭐 그런 지점들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싶다고나 할까요.

그런 고민들을 한참하고 있을 때, 마침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동네 노는 언니들을 만나게 되었어요. 비록 영화 속 이야기이기는 하지만, 우리들의 삶, 관계 어딘가 비어있는 지점들을 건드려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. 이 영화를 함께 보고, 우리들의 일상, 관계 이곳 저곳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요?

영화는 <마더워터>라는 일본영화로 작년에 개봉된 <도쿄 오아시스>라는 영화를 만든 마츠모토 카나 감독의 2010년도 작품입니다.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독립생활자들이고, 성별, 연령이 다양하며, 이들이 관계를 맺어가는 공간은 어떤 동네입니다. ‘카모메식당’이나 ‘안경’, ‘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’를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도 꽤 흥미롭게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. 위의 영화들이 재미없으셨던 분들이라면 아마도 제가 생각하는 ‘이상적인 것’에 대해 엄청난 딴지를 걸어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. 물론 환영입니다.

뭔가 설명이 길었지만, 제 얘기는 글로 대신하고 당일에는 영화이야기와 우리들의 이야기를 좀더 나누고 싶어서 구구절절 읊었습니다.

그럼 이번 주 목요일 7시30분 민중의 집, 독립생활자모임에서 뵙겠습니다.

 

  2013.1.29

혜숙

 


mina 13-01-29 19:0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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카모메 식당도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도 재미있게 봐서 기대되어요!
누군가의 딴지 ㅎㅎ 기대하겠어요 ㅎㅎㅎ
목요일에 뵈어요, 혜숙님 :)
소요 13-01-30 15:0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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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네 노는 언니ㅎㅎ 저도 지향합니다.
영화 정말 기대돼요.
마수리진 13-01-30 23:1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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딴지딴지 딴딴지 걸고 싶지만 저 영화들, 넘 좋잖여~ ^^
너무 공감가는 글과 프로그램 맥락에 잔잔한 감동, 봤뜨 그러나 참석이 어려운 서글픈 현실... ㅠㅠ
저희 단체 연간사업 평가 및 보고를 하는 분기별 이사회가 낼 저녁이라서요 흑!
전 따로 챙겨보고 소감을 공유하는 방향으로다... ^^;
소중한 동지들께 좋은 시간이길 ~
 
  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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